60년의 이어짐

오래된 모든 것들은 잊혀지지만, 잊을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모든 것을 잊어도, 잊어버릴 수 없는 단 하나의 맛”

오래된 모든 것들은 잊혀지지만 잊을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오래전 맛있게 먹었던 음식의 맛입니다. 마치 영원할 것 같은, 애틋하게 남아있는 그 맛에 대한 그리움은 자연으로의 회귀 앞에서도 강렬하게 남아 있습니다.

이제는 육신의 힘도 얼마 남아 있지 않은, 머리도 신선처럼 허옇게 새어버린, 자식 손자들에게 부축을 받아야만 거동할 수 있는, 그런 어르신들이 삼백집에 오셔서 뜨거운 콩나물국밥을 힘겹게 드시면서 해맑게 웃으시는 것도, 절대 잊을 수 없는 그 맛을 다시 맛본 기쁨에서 나오는 것이겠지요.


“삼백 그릇의 정성”

콩나물 국밥전문 - 삼백집 삼백집은 콩나물국밥과 선짓국(선지온반)이 주요 메뉴인 해장국집입니다. 그런데 그 해장국집의 이름이 ‘전주집’도 아니고 ‘호남집’도 아니고 왜 하필 삼백집일까요?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정답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이봉순 할머님(당시 43세)은 1947년경에 간판도 없는 다섯 평 남짓의 해장국집을 현재 전주 삼백집이 위치한 바로 그 자리에서 시작하십니다.

간판도 없는 허름한 해장국집이었지만 이내 전주 사람들이 사랑하는 국밥집이 되었고, 많은 손님들이 찾는 전주의 명소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할머님은 아무리 많은 손님들이 찾아와도 삼백 그릇 이상은 팔지 않으셨습니다.

삼백 그릇이 다 팔리면 오전이라 하더라도 문을 닫으셨고, 이 소문이 나면서 많은 분들이 이 간판 없는 국밥집을 ‘삼백집’이라 부르기 시작한 것입니다. 제가 짐작해보건대 할머니는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즉 정성을 다해 만들 수 있는 콩나물국밥을 삼백 그릇으로 제한하신 듯 합니다.

추가 판매하여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 보다 정성을 다한 삼백 그릇만을 제공하는 것이 할머니 자신에게도, 손님들에게도 더 큰 만족이 될 수 있음을 아신 듯 합니다.

“욕쟁이 할머니”

전주 삼백집은 ‘욕쟁이할머니집’이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번 대선에서 ‘욕쟁이할머니’ 캐릭터를 등장시킨 정치 광고가 등장해 화제를 불러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만, 사실 ‘욕쟁이할머니’는 전주 삼백집의 이봉순 할머님이 소위 말하는 ‘원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금도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70년대에 박정희 대통령이 경호원 없이 전주 삼백집을 들리신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때 박대통령을 보시고 할머니께서 “누가 보면 영락없이 대통령인줄 알겠다 이놈아. 그런 김에 옛다 계란 하나 더 처먹어라”라고 당시 최고의 실력자에게 구수하게 욕을 하셨다는 일화입니다.

이 일화를 바탕으로 한 연극 <국밥>이 2007년에 배우 강부자씨 주연, 김정옥씨의 연출로 무대에 올려지기도 했습니다.

“날계란 하나의 다름 혹은 차이”

콩나물국밥으로 유명한 전주에는 크게 두 종류의 콩나물국밥이 있습니다. 하나는 ‘남부시장’식입니다. 최근 대다수 국밥집의 요리법인 ‘남부시장’식은 매운 콩나물국에 밥을 말아 냅니다.



다른 하나는 예부터 내려온 전주의 콩나물국밥 조리법인 ‘삼백집’식입니다. 밥을 말은 콩나물국에 갖은 양념을 더하고, 그 위에 날계란 하나를 얹어 보글보글 끊여냅니다.
어느 것이 더 맛있다 말할 수 없지만 삼백집만의 자부심이라면 전주 콩나물국밥의 전통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겁니다.

날계란 하나가 만들어 내는 ‘다름’ 혹은 ‘차이. 삼백집 콩나물국밥에서만 맛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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